May 23 2012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글

이명박 나쁜 걸 알고, 거기서 바로 안티 이명박을 구상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근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민주통합당을 뽑고 “왜 안 바뀌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좀 더 정교해야 하는 이유인데, 내가 그걸 할 깜냥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글은, 그런 일을 수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의견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대강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음악의 평가 가능성에 대해 질문한다. 
  2. 평가가 음악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정의한다. 
  3. 오디션 프로그램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본다. 
  4. 결론은 독자가 내린다. 

1. 음악의 평가 가능성

클래식 음악이 그렇듯, 대중음악에도 발전해 온 역사가 있다. 블루스가 있었고, 뉴올리언스가 있었고, 컨트리가 있었고, 이것들이 묶여 록이 되고, 이게 영국으로 넘어가서 영국의 로큰롤을 형성하고, 그것이 역수입되고, 거장들이 서로 만나면서 영향을 주고받고,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혁신이나 혼성교배를 통해 새 장르가 탄생하고, 그 안에서 각 장르의 문법이 정해지고, 풍성해진다. 그러니 음악이란 전범의 산물이며, 그 안에서의 혁신과 창의 역시 그가 들어온 음악들의 영향권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일종의 혼용문법 같은 것인데, 물론 이 문법은 생각만큼 strict하진 않다. 하지만 그게 문법은 문법이다.

아이유가 델타 블루스를 부르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중간에 변박을 넣을 수도 있고, 조바꿈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며, 펜타토닉 말고 다른 스케일도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아이쿠”가 들어가면 안 되고, 삼단고음도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특정 부위에서는 블루스 특유의 꺾임음을 더해야 할 것이고, 음을 눙치거나 딱 끊는 디테일도 연습을 통해 장착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블루스 팬들에게 쌍욕을 먹는 일은 피해야 할 테니까.
물론 아이유는 우월하기 때문에(…) 그런 디테일을 연습해서 맞출 수 있을 것이고, 로엔의 기타잽이 아저씨들도 프레이즈들을 그럴 듯하게 베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진정한 블루스의 혼이라고 평가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아니, 그건 아니고(아이유부심이 너무 돋았네효.) 그게 아니라고 할 때,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
로엔 사람들이 목화를 따 본 적이 없다든지 흑인의 정서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에릭 클랩튼은 주인에게 매를 맞던 이들의 후예가 아니고, 목화도 안 땄으니 델타를 할 수가 없다. 인간의 삶이나 진정성은 파고 들어가면 꽤 많이 깨진다. 반대로, 음악 자체, 혹은 그 음의 구성 논리만 놓고 판단하면 얘기가 다르다. 에릭 클랩튼은 블루스의 문법(창작 전통)을 바탕으로 음을 생산했고, 그가 마음먹고 한 것들은 델타 장르의 미덕을 잘 구현하고, 일부 발전적인 변용도 성취했다. 그렇게 보면, 그를 좋은 블루스맨이라 부를 수 있다.
이런 식의 판단이 되려면, 음악 하나를 들을 때도 아티스트의 표현 기법, 기법에 대한 이해도, 디테일을 잡아내는 능력, 이를 형성해 낸 배경 역사(생애의 궤적, 들었던 음반, 장비 활용법, 기타 인터뷰 등)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이를 이용할 때 청자는 자신의 호오를 정당화할 수 있다. 이는 꽤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음악의 미덕/악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음악은 평가 가능하다. 그것도 상당히 객관적인 방식으로.

그래서 비평이 있고, 평론가가 있다. 이러한 판단이 정교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걸 “취향입니다.”라고 말할 만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좋잖아요! 짱이에요! 하는 가운데도 분명히 대조군이 있고, 자신이 이것을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그것을 표현하고 정교화시키는 게 까다로울 수는 있다(다시 말해 충분한 소통이 가능한 정교한 평가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자랑이 아니고, 권장할 만한 일도 아니다.

2. 평가의 역할

그렇게 정교하게 구성된 평가의 언어는 이 시대의 음악을 듣는 나침반이 된다. 세상은 더럽게 바빠 음악 들을 시간은 나날이 줄고, 들어야 할 음악은 나날이 늘어간다. 속는 셈치고 막 듣기엔 나쁜 음악도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1차 필터가 필요하고, 처음에 곡의 본질로 뛰어들 수 있게 해 주는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아티스트가 음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자상하게 설명하고, 이 부분에서는 천재적이고 이 부분에서는 고전적이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그 문법이나 표현력의 한계를 이렇게 넓혔다는 식으로 나름의 평가 기준과 결과를 제시하고, 전체적으로는 어떤 느낌의 음반이라고 짚어주는 글은 좋은 글이다. 이 글을 통해, 안 듣는게 나은 음반들을 찾아낼 수 있으며, 감상할 때도 모르고 넘어갈 만한 부분들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껄끄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에 대한 설명과 아티스트의 의도를 듣고 그 입장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는 깨끗하게 짚고, 방향도 아는 상태에서 음악을 더 깊고 포괄적으로 들을 수 있으며, 그 전체 판단에 동의/반대하거나 다른 판단 기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이런 걸 취향의 발전이라고 하겠지.).

다시 말해 평가는 음악에 대한 기대치를 만들고, 이 기대치는 구매나 프로모션 음원을 통해 확인되고, 그것들은 다시금 수요를 창출해낸다. 능동적인 감상과 평가는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더 잘 팔 수 있게 해 주고, 좋은 음악은 더 정교한 취향과 평가를 만든다. 결국 비평이란, 아무리 악평이라도, 그 음악을 더 accessible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3. 오디션의 문제는 무엇인가?

오디션 프로그램은 (잘만 진행된다면) 이러한 평가 기준들을 상세하게 제공하고, 듣는 귀를 넓혀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넌 이게 안 좋고, 이게 안 좋으니 이렇게 고쳐 보고 이런 곡을 해 봐라. 라는 식으로 멘토를 붙인다든지 하는 방식이 한 가지일 테고, 실제 그렇게 고쳤을 때 발생하는 미세한 디테일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디테일을 보는 눈을 키워 주기도 할 것이다. 이건 되게 행복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고, 실제 상황에서 그게 왜 안 되는지 생각해 보면 몇 가지 답이 나올 것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잘 안 보는 나는 최대한 말을 아껴야 하므로, 크게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음악 판단 기준의 정형화, 음악 자체보다는 기교와 표현 능력에 천착하는 교정 패턴, 그리고 새로운 음악을 판별해 낼 만한 감수성의 부족.

음악 판단 기준의 정형화라는 것은 이렇다. KPop Star 같은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은 SM/YG/JYP를 대변한다. 그들이 수용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음악의 범위 내에서, 그들의 문법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안정적이고 표현력 있는 보컬로 요약되는데, 그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이 연습생을 훈육하는 방식에 맞추어 그들을 재단한다. 슈퍼스타K도 비슷한데, 여러 범위라고는 하지만 결국 전범이라 할 만한 곡들의 해석을 재생산하는 기교를 본다(시즌 3에서 자작곡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조금 이 궤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듯한데, 이는 다르게 다룰 얘기다.).
그 결과 정석적인 노래들을 그 곡에서 요구하는 만큼 아주 잘 부르는 친구들이 양산되고,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그러한 미덕을 알아볼 수 있는 감식안을 갖추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안정적이고 표현력 있는, 그러니까 기존의 해석 방식을 잘 구현하는 능력에 대한 평가에 그친다. 따라서 조금이나마 낯설 수 있는 취향의 음악가들인 정차식/요조/한희정 같은 아티스트들이 지닌 미덕은 판단 기준에서 배제된다. 이런 기준들이 평가 기준의 목록에서 배제되면서, 음악에 대한 지엽적 이해가 진정한 이해로 받아들여지고, 넓은 음악 취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이는 두 번째 요인인 기교와 표현에의 천착이라는 점에서 다시 드러난다. 이는 오디션이나 서바이벌의 특성에서 나타나는데, 오디션의 핵심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판단을 돌려 보면 답이 나온다. 아주 좋은 노래를 만들어 평범한 기교로 부르는 것 /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포인트가 있고 판단 기준도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는) 전범들을 아주 잘 불러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 사이의 경중을 따져 보자. 정확한 기교와 표현을 강조하는 게 유리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평가는 대중들에게 바로 표나는 내용들이므로, 주최측이든 참가자든, 오디션은 정확한 기교와 표현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위에서 말했듯, 기존의 해석을 재현하는 능력이 음악 평가 기준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해석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그 해석 방식에 적절한 곡들이 생산되는지에 대한 과정은 은폐된다. 곡에 대한 감식안이나 장르에 대한 이해는 더욱 낮아진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경우 제공되는 음악의 폭은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다. 클래식에서의 “콩쿨 효과” 같은 것인데, 콩쿨이라는 제도를 통과한 이들에게만 활동 기회가 주어지면서, 혁명가들이나 독특한 음악가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음반에서도 가끔 미스터치를 내는 빌헬름 켐프, 템포를 쥐어뜯어버리는 레인버트 데 레우 같은 피아니스트, 허밍이 피아노소리를 덮고 반복과 트릴을 제멋대로 운용하는 글렌 굴드 같은 피아니스트의 재래가 쉽지 않은데, 이는 음악 소비에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클리포드 커즌은 말했다. 콩쿨이 있었다면 자기는 데뷔도 하지 못했을 거라고.
음악은 점점 정형화되고, 새로운 표현이나 실험보다는 공장제에서 잘 작동하는 부품들이 자꾸 시장에 유입된다. 실제 외국 오디션 프로나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들이 음반에서는 차별화에 실패하여 사장되는 것, 이런 것들이 한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포맷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복잡다단한 판단 기준을 몇 명의 심사위원의 모임이 잘라 내는 부분이라든지, 드라마에 집착하는 악마의 편집 따위에 기대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심사위원진 구성이라든지 경쟁 방식을 조금씩 바꾸어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어쨌든 좀 더 다양하고 깊은 기준들이 세워질 수 있다면, 그 기준은 음악 창작의 복잡다단한 과정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음악판/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내용을 풀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음악이 그렇게 단순하게 “여기 좀 틀렸네, 공기가 어쩌구저쩌구” 따위의 말로 쉽게 재단될 수 없다는 것을 알릴 것이며, 음악이 쾌감을 주는 포인트는 음악 곳곳에 잘 숨어 있으며, 그 결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이 나타남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드라마를 위한 음악이 아닌, 음악을 위한 드라마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좀 더 사람들에게 퍼먹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까지만 말하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건 대강 이 정도인데, 그 방법이 옳은 것일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 나갈지까지를 다루지는 않겠다.

한 가지만은 짚고 넘어가자. “지금 있는 판은 희망이 없으니 무시하고, 내가 원하는 판을 처음부터 짜 나가자”고 생각하는 것만이 길은 아니다. “어차피 떠먹여야 한다면 깔려 있는 큰 판에서 팍팍 먹이자”는 생각도 가능하다. 슈퍼스타K 시즌3이 그랬듯.
방향이 그르다든지, 실현 가능성이 어떻다든지 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두 개의 길이 있다. 둘 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가야 한다면, 가야지. 하지만 그 전에 기존의 판이 왜 그렇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성공했는지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과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초극을 하든 개량을 하든 알아야 할 것 아닌가.


May 22 2012
Harriett: 니네 둘 다 미쳤구나
Danny: 그래
Harriett: 이건 지금 경력 문제라고. 본사 갔다온 2분동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냐.
Danny: 사실 그 2분도 필요없었어.
Harriett: 넌 정치에 관심도 없었잖아!
Danny: 응. 없었지
Harriett: 근데 대체 왜 그러는 건데?
Danny: 방금 잭의 사무실에 서서 그랬어. “우정? 명예? 애국심? 다 좆까.” 그런데 사실 그건 나 자신에 대해 말한 거였어. 그리고 말했지. “우리는 지금 간판스타를 잃었다고요.” 이건 맷에 대해 말한 거였어. 맷은 말야, 기차 앞에 버티고 서서 우리 대신 맞섰어, 너도 포함해서. 물론 너는 그동안 딴놈이랑 뒹굴고 있었지만. 방송이 걔를 위협했고, 난 타협하자고 졸랐고, 너한테는 배신당했고, 존경하던 사람 손에 심장이 박살나버렸어. 하지만 걔는 아직 서 있다고. 내가 왜 그만두냐고? 이젠 다들 걔한테 총을 쏴댈 테니까. 난 걔 옆에 서 있어야겠어. 넌 재능있는 배우야. 이번 주 쇼 잘 해.

May 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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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석기, 셀카

1. 주거환경으로의 아파트
어제 피리박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더랬다. “여러분에게 아파트란 무엇입니까?

질문이 머리에 남아 몇 가지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내 생각이라기보다는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과 주변에서 얻어들은 이야기 몇 가지를 묶은 것인데, 결론은 아파트가’공장 생산적인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주거’라는 것.

아파트는 도시 생활에 적당하다. 하지만 줄레조는 아파트가 고밀도 주거단지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아파트의 확산 요인으로 소유와 재산 증식에 적절한 분양 구조 등에 결합한 것과 사양의 표준화를 든다. 다시 풀어 말해 보자.  아파트는 (소유/점유 면에서의) 계급 분리 효과를 낸다. 아파트의 용적률, 관리비용 등은 저급 주거라 할 만한 일반 연립/다세대와 고급 주거에 해당하는 주상복합/고급 빌라 사이에 끼어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환금성 면에서는 (Bora Lee의 말처럼) 더 우수하다고 볼 수도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계급 분리효과를 내고, 나아가 특정 계급을 특징하는 경제적 선택을 강제한다. 못 사는 집도 잘 사는 집도 아닌 ‘중산층’이 적당히 빚을 끼고 전세 얻었다가 적당할 때 사고, 또 빚 얻어서 팔고 좀 더 큰 집으로 갈아타는 형태로 재산을 증식하는 데 적절한 방식으로, 주거와 자산 증식의 이중적 기능을 아파트가 수행한다는 뜻이다.

공간의 생산 논리 면에서 보면 아파트는 표준화되어 주어지는 공용공간과 적당히 tweak이 가능한, 그러나 표준화된 사유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인간을 분석하고 통계내서 만든 산업 디자인의 철학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표준적인 생활상에 맞추어 대량생산/판매되고, 그 질이라는 것은 제품 질 면에서 편차가 큰 수제품이나 맞춤 생산품이 아닌, 공장 생산물의 성격을 지닌다.  이는 대량생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하고 대량판매를 통해 한 번에 회수하는 기업형 건축에 상당히 유리한 수요 구조와 공급 구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평수가 크고 투기의 목적이 되었던 고급 아파트들에 적용되거나 재개발 시한이 다가오는 노후 아파트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의 책이 그랬듯 말이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런 모델이 붕괴할 가능성도 꽤 돼 보인다. 이 모델이 기능하려면 자산의 가격이 계속 상승해야 하고 진입장벽의 높이가 적절해야 하며, 부모 세대가 결혼 지참금 형식으로 전세를 얻어 주는 등의 방식으로 진입시킬 여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채가 이미 엄청난 수준이고, 임금/자산 대비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부모 세대에서 소득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좀 애매……하다. 결혼 해야 하나……


2. 이석기와 경기동부
경기동부나 주사파에 대한 비난은 많고, 그들이 왜 조직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분투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많을 것이다. 당권을 잡고, 조직은 어떻게든 지킨다는. 그런데 집에서 똥누다가 중앙일보에 있는 김영환/하영옥/이석기의 역사를 보고 조금은 다른 가능성도 보게 되었다. 다시 말해, ‘본사 매뉴얼’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혁명 전술과 지하당이라는 성격 자체가 이런 현상을 만들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소수 세력이 합작 등을 통해 잠입한 후 조직을 장악하고, 비밀스레 활동하며 조직의 핵심 역량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기존 세력들을 전복하여 권력을 지닌 전위를 구성한다. 이것 자체는 소수에서 출발하여 다수를 전복하고 권력을 쟁취해 내는 과정으로 반복/강화되어 온 전술이고, 효과 면에서도 나쁘다고 볼 수 없다(의회 전체를 다 뒤집어엎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노동자 총봉기로 낫들고 청와대 진격하는 거나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이 과정이 경기동부가 당권을 잡고 놓치지 않은 과정과 어느 정도 겹쳐 보였다. 검증된 전략을 적용시키는 것이니까 나쁘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사의 업무진행 역시 어느 정도 도덕이나 절차를 제꼈다는 사실이 덮인다는 점이다. 그러다 동력이 떨어지면 회의도 커지고. 이렇게 생각하면, 그들의 정치 전략에서 조직을 수성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들을 주체사상과 분리하여 인식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러면 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 셀카
개인의 이미지를 스스로 촬영하고, 그중 아니다 싶은 건 버리고 가장 좋은 것만 남기는 일은 디지털카메라가 나타나기 전에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가능은 했는데, 시간과 돈과 전문성을 요구했다. 자…… 자신의 이미지를 여러 장 만들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자신의 이상적 모습으로 삼는 것. 자아의 생성 과정에서 분절된 자아를 통합하는 역할로서의 거울이미지 정의에는 안 맞다(어차피 검증도 안 된 이론이라 상관없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하지만 이를 확장한 멀비의 글에서처럼, 어떤 이미지를 자신의 이상적 자아로 삼는 것으로 확장될 경우는 맞을 수 있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라든지, 내가 늘려나가고픈 나의 일면이라든지.

아침부터 개드립이었습니다.


May 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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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Moore가 Michigan에 대해 말하다.

레이첼 매도 쇼의 5월 11일 방송분에는 마이클 무어의 인터뷰가 있었다(링크가 좀 느린데,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일부는 요약하거나 코멘트를 붙여 적고, 몇 군데는 옮긴다.
http://www.msnbc.msn.com/id/26315908/vp/47395665#47395665

미시건이 심각한 부채에 허덕여 주 정부 운영 자체가 힘들어지자, Richard Snyder 주지사는 emergency manager라는 제도를 도입한다. 주 의회가 뭐라고 하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 선출직 공무원들도 마구 자를 수 있는 자리. 혹자는 이를 “선출 없이 왕이 된 자”(unelected king)이라고 했단다.

그 중의 압권은 폰티악 시의 emergency manager였던 Fred Leeb. 폰티악 시의 자랑인 Silverdome을 경기불황의 한가운데였던 2009년에 경매에 부친 것. 제값에 팔릴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마이클 무어에 따르면 9만 3000명이 모여 요한 바오로 2세의 미사를 듣고, 9만 3000명이 레슬매니아3 에서 헐크 호건이 안드레 더 자이언트를 바디슬램하는 것을 지켜 본, 미시건의 성지 였다. 당연히 의회는 전원 반대를 의결했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권력은 그것을 무시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70년대에 오천오백만 달러에 달하는 공사 비용을 들여 지은 돔 구장이 2009년에 오십팔만 삼천 달러에 낙찰되는데, 마이클 무어에 따르면 이 돈은 뉴욕에서 studio apartment 한 채를 구하기도 힘든 금액 이었다.

그리고 2012년, Fred Leeb은 낙찰을 받았던 캐나다 투기업자 밑에서, 이 경기장을 카지노로 바꾸는 계획을 맡게 된다.

이렇게 된 데는,  그리하여 주지사 Richard Snyder가 한 인간이 이런 엄청난 짓을 해도 “어쨌든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제도를 도입하게 된 데는 미시건의 불황이 있는데, 무어에 따르면 이 역시 거짓말이다. 이 불황은 1970년대에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무어는 고용은 1978년에 정점을 찍었 고, 그 이후로는 꾸준한 내리막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GM을 위시한 많은 자동차 회사의 잘못된 결정이 있었다. 거기 대해 무어가 말한 내용을 아래 옮겨 적는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사회의 이름으로, 회사들이 스스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걸 막는 일인 것 같아요. 대단히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건 압니다. 사람들은 GM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그들에게 에어백을 달게 했고, 연비가 얼마 나와야 한다고 했어요.

우리는 그들에게, 아니, 우리는 그 인간들이 2~30년 동안 똥같은 차를 만드는 걸 용인해 왔어요. 그게 우리를 죽였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주 전체가 고통받았습니다. 우리에게 언제 한 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있어 봤나요?  

 “너희가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면 안돼. 그건 우리한테도 영향을 미치니까. 너희가 똥같은 차를 만들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는 건, 소비자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그대로 만들던 걸 만들겠다는 거지. 그리고 그 결과로 우리, 주민들이 그 결과를 감당하고 있어. 범죄율, 이혼율, 알콜중독, 약물문제, 자살…… 대량실업 때문에 발생하는 이 모든 문제들.”

 이게 자동차 회사들이 미시건, 아니 많은 주에서 벌여온 짓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가 이걸 좀 손대야 해요.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우리 국민들이 일어나서, 음, 이게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하자는 얘기처럼 들리는 건 아는데, 지난번에 내가 이 쇼에 나왔을 때 있잖아요? 운전사를 (방송국에서) 보내 줬거든요? 그때 셰비 서브어번을 탔어요. 제가 이 차를 아는데, 끔찍한 차였어요. 고철덩어리에, 여기저기 덜걱거리고, 실내등은 안 켜지고….. 근데 거기서, “와 이거 진짜 좋은 차잖아?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라고 했어요. 그러자 그 양반 하시는 말씀이 “아, 그게! 정부가 얘네들 인수하더니! 갑자기 차가 좋아졌어!” 

하하하하하, 근데 이게 뭘 뜻할까요? 어쩌면, 정부의 더 많은 간섭, 더 많은 부양책, 그러니까 이게 제대로 된 간섭이기만 하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뜻이지요.

시장은 생각만큼 상식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기업은 이윤을 내고 생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이다. 실제로, 미시건이 고통받고 판매고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GM은 계속 성장했다. 사람들을 점점 비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의 성장임을 사람들이 지각하지 못했고, 견제하지 못했을 뿐이다. 정부를 시장 원리에 따라 굴린다는 것도, 성공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Fred Leeb의 경우처럼 제대로 관리되지않는 방향으로 굴러가 언제든 비참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충분한 fail-safe measure가 있어야 하며, 그것의 최전선은 노조와 민주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감독 없는 전문가의 경영이라는 것은 이런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뿐이다. 저축은행이 그렇듯. 성지는 사라졌고, 회사는 망했다. 물론 GM은 정부의 간섭을 받으며 회생하고 있지만, 성지는 어쨌든 카지노가 될 것이다. 스나이더가 이 Emergency Manager 법률을 지켜내는 한 말이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그래서 삼성이 좆같은 것. 정부 자체를 장악하려 했으니까.


May 10 2012

왜 사람들은 박근혜 앞에서 이성을 잃는가.

폴린 선생이 이한구를 “당내에서 그나마 전략가이고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인데 박근혜에 대해서 만큼은 객관적이지 못한것 같다”고 평했는데, 동감한다. 사실 고성국이 박근혜 멘붕할 때도 왜 그러나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1. 안철수나 박원순 등의 인물론을 보다 보니 닮았다.
이건 이한구에 해당하는 것일 텐데, 한 인물이 한 당의 지지율까지 확 견인해 버리는 현상을 보고, 정치를 인물 정치로 환원시키다 보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당의 기함은 누가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이재오 같은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박근혜가 플래그십으로는 더 좋거든(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본다. 적어도 새누리당원 입장에서 필승카드를 하나 뽑아야만 한다면 말이다.). 문제는 이게 인지부조화로 이어지는 상황인데, 이건 뭐 나꼼수의 문재인/안철수 빨기에서 등장한 그거 보면 대충 짐작할 만하다 본다. 답이 업ㅂ어

2. 잘 하는 적을 보다 보니 어이쿠……
고성국에 해당할 텐데, 일단 그가 원래 어느 진영 쪽이었는지 따져보는 것은 좀 무의미할 것 같다. 이런 건 있다. 여튼 정치 감각과 비전 세팅 능력이 좋은 사람을 보면 매력을 느끼든지, 투항할 수밖에 없다. 이광수도 그랬다잖아. 일본 가서 진보쵸 한 번 보고, “시발 우리는 끝난 거야.”라며 포기했다고.
적이든, 우리편이든, 아니면 관전자 입장에서 보든 박근혜/이명박의 총선판이라든지, 이번 총선판이 좀 대단했던 건 확실하다. 기본을 잘 지키고(거대 전략이 아니라 디테일하게 지역구마다 선정), 자기가 약한 부분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들거나(아예 당명까지 갈아치우고, 친이계는 관광보내고, 죄송죄송 쑤구리쑤구리하면서 정부와 당을 분리한 거 봐라. 이건 그냥 충격과 공포다.), 아예 싸움을 회피해 버린다(혹시 복지 쪽 얘기 들어 보신 분? 손수조라고 들어 보신 분?). 그래놓고 예산 폭탄드랍했던 지방을 파악하고, 강한 지역구에서는 이기고, 평창이나 과학벨트 터진 집에서는 “이게 다 우리 덕이삼” 하는 뻔뻔한 튕기기. 이걸 어떻게 이겨……
이 정도 되고, 이걸 지휘한 사람이 박근혜…… 솔직히 이 정도 되면 뭐 믿어볼 만도 하지. 나라 전체도 조율할 수 있을 것 같잖아.

3. 근데 솔직히 이건 통통이들이 잘못한 거지
이슈 정치가 시망했다. 복지 프레임으로 한나라도 견인하고 어쨌든 지방도 좀 따냈던 지난 번 지자체 선거에 비해 굉장히 조용했다. 복지 프레임이 한나라당 물타기에당해서 약해진 때문일까? 아니다. 무기는 쓰고 벼려서 결국 필살기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싹수가 노란 놈 갈고닦아봐야 뭐 별 거 없을 수는 있는데, 복지에 노란 딱지 붙일 놈들이라면 뭘 해도 안 되는 거다. 이건 뭐, 이 정책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할 애들이 패를 던졌다고 보는 게 차라리 낫겠다.
- 그러니 새누리 여러분들은, 우리는 졸 반성. 근데 우리 후보 짱조음. 오오 승리의 포뮬러. 

통진당 입장에서는 실제 의석 수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당 자체의 선명성을 강조하는가도 되게 중요하다. 이를 테면, 비례1번 김순자! 우리는 시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일 중요해! 이런 메시지를 주는 공천이나 공약이 두드러진 게 없었다. 즉, 큰 이슈를 날리고, 몇몇 지역구의 접전을 드라마로 만드는 그런 움직임이 조용했다. 우울한 거다.
- 손수조에 이준석만으로도 참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특히 손수조의 문재인 저격은, 딴 팀이지만 존나 아름다웠다…….

낙동강 벨트? 그게 전략일 수는 있지. 근데 그거 따서 뭐하게…… 중요한 건 낙동강 벨트가 아니잖아. 낙동강 벨트로 4대강을 막는다…… 근데 그거 막고 나서는, 뭐할 건데. 최종적인 발전상에서 시작해서, 그 준비단계에 필요한 것들을 던지는 게 정상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이걸 하고 이걸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사대강부터 막고 봐야 한다(논리 필요 없다. 일단 던져서 무의식에 알박으면 대충 반은 먹는다.). 까지 간 다음에, 그러니까 우리에게 낙동강 벨트를 다오. 순으로 대중한테 다가가는 게 정상 아닌가?
- 쟤네가 저러지만 진짜 영남 살리는 건 우리 아이가. (끗)

난 진짜 얘네 무슨 생각 했는지를 모르겠다……
뭐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면 박근혜 헌정글(뭐-_-?) 이라는 본 의도가 깨지니 여기까지만.

아오. 속터져


May 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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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신규채용에 대한 이야기

쌍용차가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데, 복직은 없다는 기사가 나왔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4월 9일부터 4월 22일까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입사원 000명을 채용한다고 공고를 내고 최근 합격자를 발표했다. 채용 부분은 영업, 경영지원, 생산 등 여러 분야로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내용이다.출처 :  “22명 죽여 놓고 버젓이 신규 채용이라니…”

중요한 건 생산 분야가 있다는 건데, 아니 생산하던 사람들을 냅두고 신규채용이라니, 이렇게 배를 째도 되는가….. 해서, 쌍용차 홈페이지에 가서 모집 요강을 봤다. 시간이 남아도는 게 절대로 아니다. 정말 궁금해서. 공중파에서도 때리고, 대통령도 상생이라며 어쨌든 터진 입이라고 씨부리기는 잘만 하는 마당에, 얘네가 진짜 미친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래 그림 일단 보자. 정독할 필요는 없다.

쌍용차 모집 공고

모집 분야 중 영업 쪽에 정비기술이 하나 걸려 있고, 생산 쪽도 생산관리하고 기술 쪽이다. 사실 경력직도 뽑는데, 이쪽은 조금 더 세분화가 되어 있어서 기획을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다(자동차산업 잘 아시는 분은 얘네가 언제 뭘 할 건지도 뽑을 수 있겠더라.).
이를테면 생산관리나 품질관리에 필요한 경력 인력은 전장부품 소프트/임베디드 소프트 개발, 금형 설계 및 NC 컨트롤 자동화 시스템 구축, 러시아 영업, 외국인 대상 정비 및 품질 지원 쪽이다. 이 사업군에서 사람이 나갔는데 유지해야 하니 채우겠다는 것일 수도 있고, 신규 투자를 하기 위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여튼 TO가 나왔단 얘기는 그 사업 계속 굴리거나 확장하겠다는 얘기다(HR하고 IT쪽도 잠깐 봤는데, MBO·BSC·ERP 개선 등이 있더라.).

 실제 분야별 채용 규모가 뜨지 않아 뭐라 말하긴 조금 애매한데, 방향은 이래 보인다. 공장 생산성을 높이긴 해야 하는데, 생산 인력 투하가 아닌 프로세스 튜닝, 실무 기술장비 개선, 노무/재무 관리, 기술 개발을 통해 가겠다는 것.  PI(Process Innovation)를 하겠다는 속셈인 것 같다.  실제로 기존의 프로세스들을 한 번 들었다 놓으면, 생산성이 일시에 올라갈 수 있다. 일상 업무에서 모르고 지나갔던 누수들이 없어지니까. 이 모델은 어쨌든 생산 인력 증가 없이 증산이 가능한 모델이므로, 실제로 생산인력은 당분간 복직을 안 시켜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R&D 경력자에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나 익조스트 개발 등의 다수의 개발 task가 떨어지고, 마케팅 전략쪽도 충원하는 것을 보니, 어떻게든 신제품 뽑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쌍용을 욕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 요즘 나 다니는 회사 보면서도 느끼는 건데, 관리를 통한 성장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이윤을 맞추는 방법은 많고, 꼼수도 많고, 나쁘게 돌아가면 펀더멘털을 팔아 이윤을 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 관리가 됐건 뭐가 됐건 자원을 신규 투자하여 확장을 시키거나 비정상적으로 쥐어짜이는 사업부서를 정상 운용상태로 돌려놓지 않는 한 생산 역량이 망가지는데, 이번 쌍용 건을 보면 어쨌든 투자를 통해 둘 중 하나는 하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것이 실질 생산이 아닌 개발과 관리 쪽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뭘 하든 단기간에 회사의 판매/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보고 있지 않다는, 혹은 생산성을 높여서 실제 필요 인원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거다. 생산 물량을 증가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투자하려고 발버둥을 치면 인당 생산성 늘리는 방향으로 관리Skill이나 개발에 투자하는 게 틀린 건 아닌데, 라인이나 운용 인력 확보해 놓고 이노베이션하는 방법이나, 투트랙으로 양쪽 다 조금씩 해 나가겠다는 방안은 아예 배제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이건 재무제표상에서 엄청나게 골치아픈 FCF 맞추기를 해야겠지만, 골치아프고 재무쪽에 구멍나는 문제랑 사람의 목숨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글러처먹은 것.

어쨌든 참 빌어처먹을 놈의 회사다. 어떻게든 turnaround하겠다고 plan을 들고 나왔는데, 왠지 좀 화딱지가 나면서도 무작정 비난하기 이전에, 뭔가 이거 되면 복직을 좀 더 큰 규모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희망까지 걸게 만든단 말이다. 이거 쓰면서도 무척이나 입이 쓰다.


May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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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왜 성공하는가.

Why Amazon Succeeds
- Haydn Shaughnessy, 이머징 산업 전문 기고가(twitter: @haydn1701)
posted 4.29. at Forbes 

지난 주 공개된 아마존의 수익을 보면 이 회사의 전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마존은 다르게 일한다. 그런데 애플이 다른 것처럼 일한다. 비밀이 뭘까?

Nick Vitalari와 나는 이러한 전략의 진화를 The Elastic Surprise에서 다룬 바 있다. 그 글에서 우리는 아마존과 애플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략은 대규모 사업을 끌고 나가는 다섯 개의 전략과, 중요한 (그러나 이해하기는 쉬운) 리더십 스타일의 변화를 수반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본지에 실린 수잔 켈러의 분석 결과를 요약해 보자. 아마존의 1사분기 매출은 132억 달러로, 작년의 100억 달러에 비해 34% 정도 성장했으며, 킨들 파이어의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수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마존의 주식 가격은 휘발성이 크다. 이는 회사가 깜짝 놀랄 만한 방향 전환을 하기 때문으로, 이 방향 전환은 상당한 규모의 투자 및 흑자 실현에 걸리는 긴 지연을 수반한다.

이러한 전환을 이뤄내는 능력은, 전략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사업군을 과감하게 확장하는(Radical adjacency) 데 성공할 수 있는 리더 집단의 특성을 나타내는 정확한 지표이다. 과감한 사업 영역 확장은 정상 궤도에 오른 사업의 관행을 벗어나서 광역의 인접 사업군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잡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이 음악으로, 스마트폰으로 확장하고, 곧 TV로 진출할 예정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자.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음의 다섯 가지 새로운 동력이 있어 가능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즈니스 플랫폼은 “폐쇄성”이라는 악명을 얻고 있었다.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은 다른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애플과 아마존의 성공에 힘을 주었다. 아마존의 경우 플랫폼은 상업 엔진을 조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규칙과 편의시설인 리뷰 데이터베이스,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커뮤니티, 판매자들이 판매를 벌일 수 있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디지털 판권 관리(DRM), 아마존에서 직접 출판하는 작가군, 그리고 (변화를 꺼리는) 출판사들을 의미하며, (물론) 클라우드 관리능력을 포함한다.

애플의 경우처럼, 이 플랫폼은 디바이스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아마존의 경우는 킨들이다.), 이 시스템은 판권 관리 면에서도 훌륭하다. 작가의 입장에서 이런 플랫폼이 천의무봉이라 할 순 없다. 아마존에서 책을 완벽하게 출판하기 위해 겪여야 할 소소한 문제는 꽤 많다. 하지만 작가들은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아마존은 (애플 스토어처럼) “힘을 주는(enabling)”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작가와 서점 등, 아마존의 커뮤니티에 책을 팔려는 이들이 책을 팔 힘을 준다.

오늘날의 비즈니스 플랫폼은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한다. 그들은 당신에게 물건을 팔거나 사용자를 (자신 안에) 가둬 두지 않는다. 그들은 기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주고, 명성을 쌓을 수 있게 하며, 개인적/직업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 사업을 엄청난 규모로 벌인다. 즉, 그들은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모든 파트너에게 가치를 나눠 준다. 이것이 Shared value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며, 이는 아직도 꽤나 잘못 이해되고 있다.

아마존의 생태계
두 번째 요소는 아마존의 생태계이다. 이 생태계는 상인, 작가, 리뷰어, 출판사, 앱 개발자, 그리고 평론가, 애널리스트, 기자들, 아마존 플랫폼에서의 기회를 다룬 글을 쓰는 특집 기자들이 구성하는 정보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조스가 정보 시장을 다루는 힘이 잡스만큼 위대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잘 한다. 아마존의 생태계는 수만 개의 회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미래는 아마존의 올바른 결정, 즉 베조스가 일을 잘 하는 데 달려 있다. 주요 특징은 무엇일까? 모든 사람들은 아마존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당신은 성장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있어야 하며, 물론 경쟁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마존의 행보가 옳을 것이라 믿어야 한다.

아마존의 리더십 가치
 그것은 모두의 눈이 베조스와 그가 내리는 결정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생태계의 경제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마존의 사업 영역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의 핵심은 결국 (예전 경영학의 유니폼(straight jacket)인) 핵심역량 싸움이라는 해묵은 개념에서 비즈니스를 뜯어내는 데 있다. 플랫폼은 회사들이 복잡한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준다. 언제든 새로운 기회들로 뛰어들 수 있는 사업들이 그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시적이며, 주인이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든다면 새로운 자원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이는 새로운 리더의 중요한 측면을 강조하기도 한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재능있고 상상력 넘치는 자원들을 유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마존은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베조스는 세계 곳곳의 협력자들에게 존경을 얻고, 그것을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그것이 아마존의 미래를 보장하는 핵심 자산이다. 그것이 없다면 아마존은 성장할 수 없다. 아마존에 투자한 모든 이들은 그 협력자들에게도 투자하고 있다.

보편적 연결자
아마존은 애플처럼, 계약과 조건으로 얽힌 파트너들의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계약 비용이 저렴하므로 서로를 알아가고 계약을 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 상의 낭비가 없으며, 일을 잘 할지 못할지 불안한 지인, 지인의 지인 등을 채용하는 데 들 인력 낭비도 없다. 성장에 장해 요인이 거의 없는데, 이는 탄력적인 사업 모델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이러한 작업은 RSS나 API 혹은 표준에 의겨하여 진행되며, 이러한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 상의 보편성으로 인해 이전엔 볼 수 없었던 부드러운 일 진행이 가능해진다.

클라우드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요소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즉각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거나, 일이 잘 안 돌아갈 때 줄여 버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업 주체는 애자일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믿고 싶어하고, 그렇게 된다. 하지만 거대 사업에 모멘텀을 주는 것은 리소스를 모으고 사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다섯 개의 동력은 아마존의 급진적 사업 확장을 가능하게 하고, 거대한 생태계 속에 소사업자들과 독립적인 창작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게 한다. 아마존은 그 생태계에 속한 사람들을 성장하게 한다. 아마존은 참가자의 사업을 가능하게 하고, 사업 방향을 바꾸거나 기회의 한계를 재정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사업자들은 아마존에게, 베조스가 내리는 결정에 크게 혜택받고 있다. 이것은 무서운 관리 스킬이며, 새로운 관리술, 새로운 수준의 상호 신뢰를 요구한다.
이러한 동력들이 제자리를 잡고 있을 때, 아마존은 복잡한 선택지들의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수잔은 사람들이 아마존의 움직임에 놀라는 이유가, 애플이나 아마존이 선택지들을 계속 누적한다는 데 있다고 본다. 많은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제품을 개선하거나 신규 개발할 것인가 하는) 한 가지 이노베이션에 집착하고 있을 때, 애플과 아마존은 여러 가지 선택지를 증식시키고, 이를 통해 요동치는 시장에 응답할 기회를 획득한다. 그들은 깜짝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 RIM 같은 회사들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야 할 일에 갇혀 있을 때, 아마존은 자신이 선택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것이 선택적 전략 경영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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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저자나 포브스의 허락을 받지 않고 번역한 글이며, 번역자는 경영이나 테크놀로지 언어에 해박한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독자는 이 글을 한 번 읽어보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며, 기사 작성이나 연구 목적 인용 시 글 제목에 수록된 원문 링크를 찾아 원문을 스스로 번역하여 이용해야 한다. 저작권 침해 시 저자나 포브스는 게재 중단 및 손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번역자에게 연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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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4 2012

포크 배럴과 민주주의에 대한 보론

문제는 친노의 지역 정치 무시가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일반화된 현상이라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당 정치인들의 1) 인사청탁을 무시했고 2) 정치자금 원조를 거부했으며 3) ‘선심성’ 지역 예산 집행을 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3)번이다. 포크 배럴 정치를 벗어나는 것을 일종의 ‘정치 개혁’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 유권자 입장에서 보자면 ‘표가 모이는 서울 등 수도권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강원도 영서 지방에서 박근혜 바람이 불었던 이유는 “민주당이 강원도를 홀대한다”는 여론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여론이 일찌감치 감지되었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한겨레 등 친민주 성향의 매체들은 숙고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동교동계 등 호남 지역의 구민주당 파벌의 세가 축소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 한사, ‘기병대 정치’의 종말: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드러낸 민주통합당의 한계,
http://slownews.kr/1680

한사의 “기병대 정치의 종말”을 읽다가 위의 이야기에 잠시 눈이 갔다. 그리고, 이러한 선심성 예산배정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이런 좋은 글과 화두를 던져 준 한사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일단 위 글 중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음을 밝혀 둔다.

이 글은 포크 배럴이 의회 민주주의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정도로 멈추는 글이다. 국가 예산 배분이라는 “정책 수행” 면만을 보았으며, 특정 법률을 이용한 전국 규모의 정책 수립 등의 부분은 다루지 않는다(이러한 정책이 결국 지역구의 자금 흐름에 일말의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지만). 또, 정책을 다룸에 있어 노동자 전체, 특정 사업군을 대변하는 정치인의 역할은 일반적인 지역구 선거로 환원해 넣기 힘든 부분이 있으므로 제외했다(다시 말해, 내 깜냥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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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정치를 비난하고 그것이 국세를 낭비하거나 잘못 설계된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일은 쉽다.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든지, 새만금이나 강정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심성 정치가 의회 민주주의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생각하고, 그것이 민주주의에서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킬 방안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한, 현재의 선거 구도나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은 힘들다고 본다. 

포항의 “형님 예산”을 잠시 돌아보도록 하자(이것도 언젠가 한사가 썼는데, 참 고마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형님의 힘으로 포항에 도로나 기반시설 관련 국책사업이 많이 몰려들어갔고, 예산도 왕창 배정됐다. 그 외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러 가지 특별법과 예산 심의를 잽싸게 통과시켜 자기 지역구에 많은 개발 사업을 유치했다. 방통법 날치기할 때였던 것 같은데, 거기 대한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득의 ‘줄당기기’가 발생한 부분을 “포항 정치인”이나 “개발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항 주민 입장에선 어쨌든 도로 하나 더 깔리고 사업이 진행되어 접근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보상금으로 어쨌든 돈 버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이 사업이 실제로 잘 돌아가서 지방 경제도 전보다 더 잘 돌아가면 우왕ㅋ굿ㅋ 일 테고, 안 돼도 왠지 좋을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물론 지방세보다 나랏돈으로 해 준다면 더 땡큐겠지.).
한편, 국토해양부라는 조직 안에서 보면, 주어진 예산 탈탈 털어 국토를 개발하는 사업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새 예산도 따고 사람도 더 뽑고 조직도 유지된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어떤 예산을 딸 수 있는 사업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이쪽 입장에선 좋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 이상득이 택한 움직임을 보면, 대형 개발사업을 유치하고 예산배정도 쑴풍 승인해 주니 국토해양부도 감사하고, 그것이 하필 포항에서 벌어지니 포항도 감사한다. 이런 것들을 잘, 많이 하면 그 사람은 유능한 국회의원으로 보일 것이고, 그것이 저개발 지역에서 “그래도 여당 국회의원을 밀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제 정당명부제가 아닌 지역구별로 선거를 하여 국회의원을 뽑는다는 것을 이렇게 정의해 볼 수 있겠다. 국회의원은 1) 지방 행정이나 현안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2) 지역 주민을 대변하여 지역을 제대로 발전시킬 정책을 만들 책임을 가지며, 3) 중앙에서의 교섭을 통해 정책을 관철시킬 책임과 그 권한을 지닌다. 4) 그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이 지역 주민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자격 증명이 필요한데, 5) 그 과정은 투표를 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회의원을 통해, 지역에서는 여러 가지 이슈를 올려 보낸다. 그리고 그 지역별 이슈들은 국회와 행정부 내에서 서로 부딪치고 조정과정을 겪는다. 그 결과가 국가의 예산과 자원이 흘러가는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예산배정 외에도, 돈과 생활을 규율하는 제도적인 부분도 있긴 한데, 이 부분까지 다루지는 않겠다. 능력이 앙대.).

그것이 형님예산 건에서는 대통령 빽이라든지 한나라당 친이계 조직을 동원한 이상한 방법으로 이어졌고, 그것을 부패라든지 후진성이라고 욕할 수 있겠다. 그건 정당하다. 하지만, 그것을 선심성 정치라고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것을 비난하는 순간, 우리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올려 보낸 사람이 지역구에 신경을 쓰지 않는 행위가 선진적인 정치 풍토가 된다. 이상득의 문제는 룰을 무시하고 견제와 균형을 무시한 것이므로, 그것과 지역 불균등 발전을 묶는 것은 곤란하다.

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공화당 국회의원들들은 정부의 개입을 확장주의라는 이름으로 줄기차게 반대하면서도, 자신들의 지역구에 “Obama 예산”을 받으려고 갖은 애를 썼고, 그 과정에서 백악관에 보낸 여러 가지 사업 제안서가 방송을 탄 적이 있다. “그분께서” 즐겨 보셨다는 웨스트윙을 보면, 정책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지역 이슈를 많이 해결해 준다. 돈을 주기도 하고, 그가 원하는 법률이 통과되게 하기 위해 줄도 당겨 준다. 그런 식으로 보자면, 미국 공화당원 국회의원들의 경우도, “예산 찹찹 받아먹으면서 손 무는” 배신이 문제지 지역구 국회의원이 할 일로 보면 정상적이고 훌륭한 일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정상적인 민주주의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정부가 pork barrell을 막았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어떤 방식으로든 국세는 사용이 되었을 것이고, 그것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국회 승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조율 과정에서 불만이 생기거나 적극적인 자원 투하가 (편하게) 이어지진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전국 규모의 거대 사업들에 먼저 쓸 돈을 잡기 위해 지역 예산이 줄었을 수 있다. 이것들이 열린우리당에게 지방을 방기한다는 인상을 씌울 수도 있었다.
반대로 이 정부가 각각의 예산들에서 사고 친 상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반면  “형님 예산”이 떨어진 일부 지역들은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많은 지역에 “우리 지역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이기주의를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말은 슬로건으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민주당 국회의원들 역시 팜플렛에는 지역개발 공약을 넣고 뭐뭐뭐 유치하겠다는 말을 뻥뻥 박아 넣는다. 관건은, 그것을 뻔뻔하리만큼 실천하여 관철시킬 독할 놈이 있는지, 지금 이당이 그들을 진짜로 달릴 수 있게 밀어줄 만한 당인지의 문제이다. 민주당이 이 싸움에서 얼마나 잘 해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Apr 24 2012
21 notes

Photo

itsaboutinterior:

Centro de Servicios Sociales en Mostoles (Madrid) by Dosmasunoarchitectos.

itsaboutinterior:

Centro de Servicios Sociales en Mostoles (Madrid) by Dosmasunoarchitectos.


Apr 14 2012

Quote

(전략) 일부 유가족들은 도둑 부검을 저지하기 위해 장지에 야간 파수를 세워 두기도 했다.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근무를 뜻하는 ‘묘지 교대조(graveyard shift)’라는 단어는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다. 관 위에다가 묵직한 돌을 얹어놓은 이들도 있었다. 1878년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의 한 회사는 ‘토피도 관’이라는 것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누가 관을 건드리면 관에 장착된 파이프 폭탄이 터지게 되어 있는 특수관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굴하지 않았다.
아툴 가완디,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소소,2003)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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